[2022년/일본 파견] 일본 츠쿠바, 교육과 배움의 장
작성자 캠퍼스아시아플러스

  세간에서는 '세 명이 길을 걸으면 그중에는 반드시 나의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 있다.'라는 공자의 격언을 자주 사용된다. 나도 이 격언에 공감하여 인생관 중 하나로 여기며 살아왔다. 학창 시절에도, 교직에 몸담을 때에도, 학업을 다시 시작했을 때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배울 점을 찾으며 나를 발전시키는 것이 나의 삶의 길이라고 생각해왔다. CAMPUS Asia는 국제 무대에서 많은 스승을 만나 다양한 배울 점을 내재화할 기회였기에 정말 소중한 경험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을 체득하였는지 이야기하기 위해 내가 참여한 CAMPUS Asia 프로그램을 간단하게 소개하고, 배우고 깨달은 것들을 유목화하여 제시하고자 한다.

 

  서두에서 잠깐 밝혔듯이 나는 한국의 공립 초등학교 교사로 6년을 보냈다. 교실에서 학생들을 교육하면서 함께 성장하였지만, 교실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아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런 이유로 교육에 대해 보다 넓은 시야를 갖기 위해 교직을 잠시 쉬고 교원 양성 전문 기관인 한국교원대학교의 대학원에서 교육학 공부를 하기로 결심하였다. 오랜만에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가 생활하는 중에 CAMPUS Asia 프로그램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주최한 CAMPUS Asia 프로그램은 각국에서 교육으로 저명한 대학의 대학원생들을 교류하여 글로벌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역량을 지닌 교육 전문가로 육성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대학원 진학을 선택했던 목적과 프로그램의 취지 사이에 비슷한 점이 많아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세계 시민성을 강조해왔던 나의 교육관을 심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하였다. 이런 결심과 판단을 잘 정리하여 CAMPUS Asia 프로그램에 지원하였고 감사하게도 일본의 교육학계에서 대단한 위상을 가진 츠쿠바대학교에 머물며 공부할 귀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일본 츠쿠바대학교에서 보낸 3개월은 짧지만, 굉장히 알찬 시간이었다. 일본에서의 일상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일본에 가기 한 달 전부터 한국에서 온라인 필수 강의를 수강하며 과제를 수행했고, 영어 및 일본어 향상을 위해 개인적으로 외국어 공부를 하였다. 10월부터 12월까지는 일본에서 생활하였는데, 평일에는 츠쿠바대학교에서 유학생을 위해 제공하는 일본어 수업을 수강하기도 하고, 본 프로그램에 예정된 강연, 세미나, 행사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츠쿠바대학교 측에서 준비한 커리큘럼은 교육의 여러 측면에 대해 소주제로 나누어 제시되었다. 일본 교육 상황에 대해서는 강연을 듣고 태국, 중국에서 온 다른 대학원생들과 함께 각국이나 자신과 관련된 사례를 소개하고 토의하는 등의 활동이 포함된 세미나를 영어로 진행하였다. 세미나에서 다뤄진 소주제로는 전반적인 학제, 초등 및 중등 교육과정과 정책, 환경 문제, 교육의 불평등, 이민자 교육, 교원 전문성 강화 등이 있었다. 또한, 여러 가지 행사가 많았는데 일본의 현지 학교나 교육 행정 기관을 방문하는 등의 현장 학습과 문화의 날이나 음악회와 같은 친목 도모 행사도 진행되어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졌다. 그 외에도 츠쿠바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외국어 회화 연습 프로그램이나 학교 문화제도 즐길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시간이 있을 때는 다른 참가자들과 대학교 주변을 탐방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가기도 하며 충전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듯 내가 혼자 가는 길에 두 명만이 모여도 스승이 생기게 되는데, 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였기 때문에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프로그램의 취지에 맞게 글로벌 이슈에 대해 지적 측면의 성장을 이루었다. 각 나라의 사례나 문제는 어떤 것이 있는지, 각자가 생각하는 중대한 글로벌 이슈는 무엇인지, 현장학습에서 어떤 시사점이 있었는지 등의 주제에 대해 세미나 시간에 충분히 얘기하였다. 참가자들의 다양한 가치관과 각국의 맥락을 기반으로 토의하였기 때문에 글로벌 교육 이슈에 대한 배경지식을 많이 쌓게 되었다. 이처럼 인지적 차원의 확장도 중요한 소득이지만,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얻은 것 중에 더욱 값진 것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 등의 정의적 영역이었다. 

 

  많은 시간 동안 교류한 일본 관계자들과 태국 참가학생들을 통해 배운 것들은 다음과 같다. 일본에 적응하면서 놀라웠던 점이 일본 츠쿠바대학교의 교수진과 코디네이터들, 그리고 츠쿠바대학교 대학원생들의 친절함이었다. 꼼꼼하고 세심하게 일을 처리할 뿐만 아니라 일정 및 행사에 차질이 없도록 끊임없이 참가자들에게 상기시켜주고 개개인의 상태를 살폈다. 이렇게 성의 있게 타국에서 온 학생들을 돕는 모습에서 사려 깊은 배려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고 그들의 그런 행동에 더욱 감사하게 되었다. 또한, 태국 콘캔대학교에서 파견된 네 명의 친구로부터 환대와 호의의 중요성을 배웠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낯가림 없이 밝은 분위기를 보여주었던 그들이 있었기에 불안할 수 있던 타국에서의 생활이 편하게 느껴졌고 자신감 있게 생활할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태국 친구들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나에게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동안 나는 모든 것에는 일장일단이 있다고 생각하며 조금이라도 실망을 하게 되면 ‘역시 좋을 수만은 없구나.'라고 생각하며 다소 부정적인 인식에 수긍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태국 친구들은 실망감보다 장점에 더욱 관심을 두고 낙관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매사에 좋은 부분을 찾아 실망스러운 부분마저 포용할 수 있는 그들의 넉넉함에 나는 매료되었고, 그들이 나에게 보여준 그런 낙관적인 태도를 닮고자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이런 값진 배움은 일본이라는 다른 나라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쉽게 얻을 수 없을 것이다. 학교로 돌아가 다시 교단에 서기 전 타인에 대한 배려와 성실한 태도, 낯선 사람에 대한 환대와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체득하여 나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은 나에게는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더불어, CAMPUS Asia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의 심정을 다시 한번 이해하게 되었다. 새 학기에 만나게 되는 아이들은 언어가 잘 통하지 않는 일본에서 3개월을 살아야 하는 것처럼 막막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할 것이다. 나는 다행히 일본어를 학창 시절에 배웠기 때문에 일본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면서 3개월의 수학 동안 전공 분야에 대한 확장뿐만 아니라 외국어 향상과 원활한 타지 생활 적응이라는 결과도 얻게 되었다. 하지만 다양한 참가자들을 살펴보았을 때 그들의 적응 정도는 모두 제각각이었다. 한 교실 안의 아이들도 모두 배움에 대한 다양한 속도와 방식이 있을 것이다. 다행히도 교사의 언어와 사고방식에 잘 적응하여 1년을 수월하게 보내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학생도 있을 것이고, 끝까지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이 프로그램 전까지는 내가 최선을 다해도 나의 노력이 닿지 않는 학생들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며 내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그런 학생을 만나도 무던하게 지내려는 방어적인 태도를 견지해 왔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 시절에 배웠던 일본어가 십수 년이 지난 뒤에 활용되듯이 내가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지식, 개념, 인식, 시각, 삶의 자세, 가치관 등이 언젠가는 아이들의 삶에서 나타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배운 것을 바로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하더라도 소극적인 교육활동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꽃피울 거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 내가 아이들을 대할 때나 교육과정을 구성할 때 신중하게 접근하고 성실하게 임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동기가 될 것이다. 또한, 학생들이 배움에 대해 지속적인 열의를 갖게 하기 위해 아이들이 작은 단위의 성취감을 꾸준히 느끼도록 교사가 돕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학생이 시행착오를 거쳐 자신이 성취하는 정도를 자주 확인할 수 있다면 배움에 대한 내재적 동기가 자리 잡을 것이다.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일본어에 대해 원대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전날 습득한 단어, 표현 하나라도 활용하자.'라는 작은 목표들을 세웠다. 그 결과 일본어를 사용하는 것에 점점 흥미가 생겼고 그런 목표가 일본어 능력 향상에 크게 기여하였다. 아이들이 자신의 작은 성취도를 세우기 어려워할 때 옆에서 아이들을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 교사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교사로서 길지 않은 시간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고 교사 정체성이 강해지고 있었는데, 일본에서 공부하게 되어 아이들의 심정과 어려움을 십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찾게 되어 앞으로의 생활이 기대된다.

 

  지금까지 일본 츠쿠바대학에서 3개월 동안 지내고 공부하면서 든 나의 배움과 깨달음을 두 가지 차원에서 정리해보았다. 먼저 CAMPUS Asia에서 만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친절함, 환대 및 긍정적인 사고방식의 중요성을 배웠다. 그리고 일본어 학습 과정을 통해 예전에 배운 내용들은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도 언젠가 삶에 유의미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고 성취 경험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어,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이런 내용을 반영하고자 결심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많은 것들을 배운 것이 떠오른다. 특히, 내가 일본에서 공부하게 되기까지 나에게 많은 스승이 있었는데, 같이 근무하던 동료 교사들이 그들이다. 내가 한국의 교육을 대표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일본, 태국, 중국의 참가자들은 내가 설명하는 사례를 통해 한국 교육이 마주한 문제나 한국 교육 시스템과 정책에 대해 알게 되었다. 특히, 혁신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재구성된 교육과정과 민주적 학교 문화는 다른 나라의 일반적인 학교들과 비교해도 두드러지기에 청중들의 반응을 보며 오히려 전달하는 내가 놀라움을 많이 느꼈다. 혁신학교의 경험은 훌륭한 선생님들이 연구하시고 토의하시는 노력 끝에 얻어진 산물이다. 내가 그 학교에 근무하며 많은 선생님의 노력이 담긴 교육활동을 자연스럽게 접하였기 때문에 많은 이야깃거리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선생님들의 노력이 나에게 자산이 되어있음을 확인하고 나니 내가 가는 길에는 정말 많은 스승이 있었고, 그들 덕분에 내가 성장하였다는 것에 정말 깊이 감사하게 되었다. 나도 다른 선생님들에게 그런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교사였는지 다시 한번 반성하면서,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잊지 않아야겠다.

 

  나에게 이렇게 소중한 스승들을 연결해준 CAMPUS Asia 프로그램이 더욱 부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국교원대학교에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 싶다. 나의 제안은 각국에 파견된 학생과도 주기적으로 소통하는 시간이 공식적으로 마련되는 것이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태국과 말레이시아로 각각 한 명의 학생들이 파견되었다. 개인적으로 그들과 연락할 수도 있었지만, 그쪽의 상황과 일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앞으로는 본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학업적인 성과도 간단하게 나누고, 각국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정기적인 웨비나도 포함하고 사전에 일정을 확정 짓는다면 다양한 나라의 이야기들을 듣고 시야를 넓힐 기회를 더 많이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만남이 확장되어 한국교원대에 파견된 타국의 학생들과 정기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장을 조성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앞으로 한국교원대에서 주관하는 CAMPUS Asia 프로그램이 많은 학생에게 다양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게 더욱 발전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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