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태국 파견] 다름 속에서 함께 춤추며 나아가는 우리
작성자 캠퍼스아시아플러스

1. 지원동기

  “태국을 1지망으로 지원하셨네요?”

  “네!”

  면접 당시 받은 질문 중 하나가 면접이 끝나고도 생각났다. 면접관은 어떤 의미로 나에게 그런 질문을 했을까? 사실 계획적으로 태국이라는 나라를 결정한 건 아니었다. 무언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태국’이라고 외치고 있었고 나는 언뜻 그 소리를 들었을 뿐이었다. 이 사소하지만 마음에 충실했던 결정이 나의 삶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당시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교사생활은 사실 조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아이들이 본인의 삶을 더 잘 살아갈 수 있게끔 도와주는 조연.
  아이들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때론 날개를 펼치기도, 때론 날개 모양을 바꾸기도 하는 주연.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이들을 보살피고 교육하면서 내 삶의 틀은 정형화되고 점점 좁아져 갔다.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기준들은 점점 많아지고 촘촘해졌으며, 화를 내는 기준점도 점점 낮아졌다. 무언가 나에게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변화가 좋은 쪽은 아니라는 직감도.
  교육 스타일을 점검하고 싶고 또 다른 경험을 통해 안목을 확장하고 스스로 발전하고 싶었다. 방법을 찾고 있을 때 교원대학교 대학원 파견제도를 알게 됐고 망설임 없이 도전했다. 새로운 환기가 필요했었다. 감사하게도 합격을 해서 대학원 생활을 충실히 하고 있던 중 Campus Asia Plus 프로그램 모집 문자가 눈에 들어왔다. 이미 대학원에 도전했지만 나는 한 차원 더 도약하고 싶었다. 안정적으로 대학원 생활을 하고 싶다는 표면의 껍질을 까고 보니 한 번 더 도전하고 싶다는 내면의 욕망이 고개를 뻣뻣이 들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건 3개월간의 생활이 무척 행복해서가 아니다. 모든 과정을 겪고 난 내가 한층 더 성장했기 때문이다.

  캠아플 프로그램에 합격한 후 면접관의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 나만 태국을 1지망으로 지원한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일본으로 5명, 말레이시아로 1명, 태국 1명, 총 7명이 뽑혔다. 혼자가 익숙하지 않은, 더구나 해외에 혼자라는 두려움이 엄습한 나머지 나는 파견국을 일본으로 바꾸려고 했다. 하지만 노력해도 바뀌지 않자 모든 걸 수용하고 마음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자! 그렇다면 그 다음 내가 해야 될 건 뭐지?’

2. 기숙사 및 대학교 시설

  태국에서 콘캔대학교는 태국 내 5, 6위에 달하는 학교이자 교육 부분으로도 유명한 학교이다. 많은 MOU가 체결되어 있어 동남아시아 유학생이 많으며 무엇보다 서로 다른 버스노선이 4개인만큼 캠퍼스도 무척 큰 학교이다. 처음엔 너무 커서 길을 헤매기도 했는데 3달 동안의 시간은 적응하기에 충분했다.

  기숙사는 건물이 조금 오래돼서 불편한 점들은 있었지만 옷이나 생필품, 음식 등을 사고 싶다면 뒤편에 매일 열리는 마켓에 가면 되었고 앞쪽 Complex 건물에는 각종 미용실, 문구점, 은행, 음식점, 편의시설 등이 모여 있어 편리했다. 버스 정류장과 도서관 또한 가까이에 있어 위치 조건이 무척 좋았다. 

  콘캔대학교 도서관은 다른 건물들과 다르게 매우 최신식이고 학생들이 편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었다. 군데군데 조별로 모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고 혼자 공부하는 공간 디자인도 이색적이고 재밌었다. 그리고 분위기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정숙하고 다들 학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공간이 굉장히 크고 목적에 따라 잘 나누어져 있는 모습이다. 도서관을 통해 본 대학의 학업에 대한 태도와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3. 대학원 수업 및 성찰

  현재 나는 교원대학교 초등수학교육과에 재학 중이다. 그래서 3개월 교환학생으로 파견 간 콘캔대학교에서 수학교육에 관한 두 개의 수업을 들었다. 먼저 하나는 교사들의 수업 공동체 커리큘럼에 대한 <Lesson study and Open Approach Innovation>이었다. 다른 하나는 아이들의 수학적 사고를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지에 대한 <Thinking Processes and Problem Solving in Mathmatics>이었다.

  첫 수업을 마주하고는 다른 나라의 수학교육을 접할 수 있어 설레기도 했지만 영어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긴장이 무척 되었다. 하지만 교수님의 배려와 친구들의 도움으로 점차 영어로 하는 수업에 익숙해지고 친구들 과도 점점 가까워질 수 있었다.
  교수님의 수업은 대체적으로 직접적인 가르침보다 학생들인 우리가 물음에 대한 대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업이었다. 수학 문제에 대한, 때론 수학 교육에 대한 질문을 하면 나는 문제에 대한 답을 탐색하거나 내 생각을 정당화해보고 또한 다른 친구들과 함께 협력하기도 하면서 배워 나갔다. 우리는 함께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하고 얘기를 나누면서 각 국의 수학교육 주안점을 배우고 지향점을 비교해보기도 했다. 


  교육과 관련해 잊지 못한 경험을 꼽으라고 하면 태국의 교육 실습현장 참관을 간 기억이다. 
  더운 여름에 선풍기와 교사의 손수 만든 자료 등 환경은 조금 열악했지만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마음과 방법에는 배울 점이 많았다. 교사의 발문과 학습 자료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사고할 수 있도록 만들고 준비하였다. 같은 교사로서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업시간 중 대부분을 아이들이 답을 찾고 정리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이 인상 깊었다.
  때론 논문을 통해선 알기 힘든 점들이 있다.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들. 수업을 참관하면서 한국에 돌아갔을 때 적용하면 좋은 것들을 눈과 머리와 손에 담으며 기억했다.

  우리나라 초등교사를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각 교육대학교에서는 사실 실습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 1, 2학년 때는 1주일씩, 3, 4학년 때는 1개월씩 현장에 나가 수업도 하고 공부도 한다. 그에 반해 태국의 교육실습은 1년이라는 시간이고 6번의 공개수업이 있다.
  공개수업에는 동료교사, 대학 교수님들, 그리고 수학교육과 석사생들까지 와서 함께 성찰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기회를 가졌다. 학생 때 실습기간이 짧고 수업에 대해 주로 담임 선생님의 피드백만 받아 배움의 아쉬움이 있었다. 그에 반해 태국은 충분히 연습하고 실습해보는 기회가 있었고 다양한 피드백도 받을 수 있었다. 이는 교사로서 발판을 마련하고 전문성을 쌓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앞서 말한 듯이 Lesson study는 교육자들을 위한 커리큘럼이다. 교사들이 함께 단원을 구상하고 서로의 수업을 관찰하며 수업 반성 및 토론을 통해 더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나라는 교육에 대해 많이 집중하는 느낌이 있다면 이 Lesson Study는 교육자의 능력을 발달시켜 궁극적으로 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집중한다. 매주, 매학기, 매년을 주기로 이 과정을 진행하며 그 과정에서 수업에 대한 성찰 및 교사 전문성에 대한 발전을 목표로 한다.
  물론 한국의 교육에도 교사들을 위한 많은 연수와 전문성 향상 프로그램이 진행되지만, 각 학교에서 매 주마다 함께 수업 공동체를 이루어 계획하고 진행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한국에서도 교육자를 위한 수업 공동체 활동을 더 강조한다면 전문성을 더욱 향상시키고 교사들을 재교육시키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4. 음식 및 문화

  태국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단연 음식이었다. 대체로 한국 음식보다 조금 더 맵거나 짜고 달고 시고 단 느낌이었다. 태국은 평야와 해변이 많고, 수로가 곳곳에 흘러 채소와 물고기가 자라기에 풍부한 자연적 환경을 갖추고 있고 나뭇잎, 열대과일이 빚어내는 독특한 향과 수백 가지 향신료를 자랑한다. 따라서 자극적인 맛이 매력인 태국 음식은 그 화려함과 풍성함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나는 팟타이, 카우써이, 쏨땀, 랍 퍼 무양, 꾸이 띠야우, 카놈찐, 수끼 등의 음식을 접하면서 그 맛들에 점점 익숙해졌는데 그 중에서 쏨땀은 제일 의외의 음식이었다. 쏨땀은 파파야샐러드로 라오스 지방과 태국 북동부 이싼지방의 전통음식이다. 처음 먹을 때는 너무 맵고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무슨 맛인지 도통 몰랐었는데 먹을수록 그 매력에 빠져버렸다. 그 매운 맛이 입에 착 감기면서 짭짤하면서도 달달한 맛이 느껴지는 음식이었다. 나중에는 정말 쏨땀이 빠지면 서운한 느낌이 들었는데 꼭 한국의 김치 같은 역할을 했다.

  문화 부분에서 한국과 다른 점을 꼽으라 하면 태국은 인구의 약 90%가 소승불교이다. 곳곳에서 화려한 사원들을 쉽게 볼 수 있으며 태국 사회에서 승려는 절대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 왕실의 사람들이 유일하게 고개를 숙이는 분들이라고 한다. 수학교육과 마이트리 교수님 생신 날 다같이 근처 사원을 방문했는데 모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스님의 말씀을 듣고 정화 의미인 물세례를 받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태국 다른 지방을 여행할 때도 사원은 빼놓을 수 없는 관광 장소였다. 각기 다른 건물과 모양이었지만 부처님을 향한 마음을 담아 모두 정교하고 화려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그 색감 또한 알록달록 예뻐서 한참을 바라보곤 했다.

  또한 야시장과 축제를 즐기며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태국 각 지역 곳곳에는 밤 늦게까지 야시장이 열려 다양한 물건과 음식을 살 수 있다. 실제로 본 야시장은 정말 크고 없는 게 없었다. 때론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때론 다양한 볼거리를 구경하기 위해 자주 야시장을 찾았다.

  그리고 11월에는 ‘러이 끄라통’이라는 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는 보름날 저녁에 강물 위로 배를 띄워 보내며 물의 신에게 행복을 기원하는 민속 축제이다. 끄라통을 사서 물에 띄워 보내는 체험을 하며 축제를 즐겼다. 하지만 그 뿐만 아니라 각기 다른 전통의상을 입은 과 학생들의 행진, 전통인형 공연, 길거리 상점, 각 과에서 준비한 부스, 큰 무대공연, 다양한 음식부스, 불꽃놀이 등 볼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했다. 총 3일동안 행사가 이어졌는데 친구들과 함께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5.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 및 교류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지금까지 삶과 다르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소통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환경과 삶 속에서 만든 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의 생각이라고 믿는 생각조차 결국 삶의 경험과 문화 속에서 많이 결정되어 진다. 아래 경험들과 깨달음은 내 생각의 폭을 넓히고 내가 가진 생각들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기회였다. 

  룸메이트와 생활은 힘들기도 즐겁기도 한 순간이었다. 마음은 논리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다.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영화를 보기도 하면서 우리는 정서적 공감대를 찾을 수 있었고 서로의 문화를 소개해주기도, 다른 점을 느끼기도 하면서 더욱 깊은 사이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문화는 무척 달랐다. 무슬림이 대부분인 인도네시아인들은 지켜야 하는 것들이 많았고 룸메이트에게는 모든 걸 수용하고 자족하는 것이 중요했다. 반면 나는 보통 주어진 조건과 환경을 넘어서기 위해 무척 노력하는 삶을 살아왔다. 이런 사소하지만 큰 차이로 인해 감정이 상할 때도 있었지만 결국 서로 다른 환경이라는 말을 내면화 하는 가장 큰 발판이기도 했다.

  누구 하나 틀린 게 아니다. 우리는 서로 다를 뿐이다. 그리고 그 다름 속에서도 함께 느끼고 공유할 수 있는 부분들은 많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나의 경험 속에서 나오는 조언을 가장한 압박은 상대에게는 정서적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점, 사람들은 마음 속에 품은 이상향이 다 다르다는 점, 나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내 기준을 고집하고 많이 강요했다는 점. 아이들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아닌 아이들이 각자의 방향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응원해주고 도움을 주는 게 중요하다는 점 등 다양한 생각을 향유할 수 있었다. 3달간의 경험을 통해 성장한 만큼 아이들을 교육하는 나의 시각과 태도도 무척 달라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태국 콘캔대학교 친구들, 교수님들, 코디분들, 여행 중 만난 사람들 모두에게 너무 큰 도움과 따뜻한 마음을 받았다. 함께 교류하며 다양한 생각을 접하고 다양한 문화 역시 즐길 수 있었다. 이 감사한 마음을 이제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다.

6. 마무리 및 조언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개월의 생활이 끝나갈 무렵 나는 왜 내가 태국을 가고 싶었는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음의 결정에 따라 선택하고 내 선택을 책임진 내가, 그럼으로써 더 성숙해진 내가 자랑스러웠다.

  아마 젊은 청춘들이 혹은 도전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에 지원할 거라 생각한다. 사계절 내내 여름이라는 점, 다양한 맛과 축제를 즐길 수 있다는 점, 곳곳에 사원이 아름답고 경이롭다는 점을 느끼고 싶다면, 버스에서 내릴 때 ‘코쿤카/캅’라고 인사하고 내리는 따뜻함을 느끼고 싶다면, 그리고 이러한 환경 속에서 교육에 관한 시각을 넓히고 싶다면, 태국이라는 나라를 추천한다.

  혹시 망설이고 있다면 자신을 믿고 도전해보는 걸 추천한다. 도전한 뒤에 딸려오는 두려움, 흔들림, 외로움, 크고 작은 후회들을 겪어내고 나면 더 단단해지고 성장한 내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 말을 끝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지금 이상을 욕망하지 않으면, 지금 이상을 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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